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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트하우스 드라마를 뒤늦게 봤습니다. 진짜 엄청 뒷북이지만 후기를 안 쓸 수가 없습니다.

펜트하우스 드라마가 한창 이슈이던 시절 저는 바빠서 본방 사수를 하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제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대학 입시가 소재인 드라마라기에, 드라마 유명세와는 별개로 드라마 본방 시기에는 크게 관심이 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김순옥 작가가 막장 드라마의 대모라는 것은 알려진 사실입니다.

왔다 장보리도 너무 감동적으로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펜트하우스를 보는 내내 천서진 캐릭터에서 연민정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김소연 배우의 표정이 어딘지 모르게 연민정 역을 연기하던 당시 이유리 배우의 표정과 닮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막장 드라마는 말 그대로 막장 분위기의 드라마입니다.

작가 능력이 허접하면 보면서 계속 짜증만 날 수 있는 막장 드라마를 이토록 찰지게 만들어내는 김순옥 작가의 능력에 감탄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3개의 시즌으로 이루어진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흥미롭게 보았습니다.

중간중간 잠시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면 또다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스토리가 펼쳐집니다.

주단태 저 사람은 대체 뭐지? 불사조인가? 대체 언제 죽지?라는 생각을 시즌 3 마지막 회까지 하면서 보았습니다.

감옥에 들어가도 살아나고 정신 병원에 처박혀도 도망치는 주단태를 보면서 엄기준 배우의 연기력에 감탄하게 됩니다.

저는 2020년 SBS 연기대상이 당연히 엄기준 배우일 줄 알았습니다.

저런 미친 연기력의 배우에게 당연히 연기 대상을 줬을 거라고 생각하고 검색해보니 최우수 상을 받았더군요.

2020년 연기대상은 남궁민 배우라던데, 대체 남궁민 배우가 어느 정도로 잘했기에 엄기준 배우가 최우수 상인 건지 스토브 리그도 검색해서 정주행 해야겠습니다.

 

드라마 속 천서진과 주단태는 막상 막하인 악역들입니다.

드라마 초반에는 천서진의 악역이 더 돋보이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주단태의 악역 캐릭터가 압도적으로 눈에 들어왔습니다.

마지막에 천서진은 결국 성당에서 지휘를 하는 은별이를 보면서 호텔 옥상에서 자살을 합니다.

천서진이 아무리 나쁜 인간이라고 해도 딸에 대한 모성애를 생각하면 짠해집니다.

그 모성애가 아무리 삐뚤어지고 잘못되고, 결국은 살인마 괴물이 되어버린 천 서진이지만 친딸 은별이에 대한 사랑만은 진심이었을 것입니다.

제니에 대한 강마리의 사랑도, 유 대표의 사랑도, 방식은 분명 잘못되었지만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 그 자체는 진심이었을 것입니다. 

 

이 드라마에는 그 누구도 궁극적으로 온전한 행복을 누리지 못합니다.

결국 세계적인 소프라노가 된 펜트 키즈 로나도 엄마 윤희를 잃어버립니다.

주단태가 드디어 몰락하고 로건 리와 행복한 미래를 약속한 심수련도 결국 죽어버립니다.

욕망과 욕망이 끊임없이 충돌하고, 자식에 대한 사랑이라는 명목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칼 끝을 겨누었기 때문에 어찌 보면 당연한 결말일지도 모릅니다.

 

사람의 욕망은 끝이 없고, 그 욕망을 이루기 위해 무슨 짓이 든 하게 됩니다. 자신이 이루지 못한 욕망을 자신에게 대물림하려고 합니다. 내가 되지 못한 일인자를 자식에게 강요합니다.

대한민국 입시의 현실이 그러합니다. 내가 가지 못한 서울대를 자식은 가주었으면 하는 바람, 내가 이루지 못한 성악가의 꿈을 자신이 대신 이루어주었으면 하는 바람. 이런 욕망들이 넘실대는 시장이 대한민국 입시 사교육 시장입니다.

 

욕망을 버리는 것은 쉽지 않지만, 적어도 욕망의 노예가 되어서 살지 말아야겠습니다.

드라마 본방 사수를 못해서 뒤늦게 정주행 한 드라마였지만 너무나도 재미있게 감동받으며 보았습니다.

정주행 할 드라마를 찾으시는 분들께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추천합니다.

펜트 하우스 시즌 1, 2, 3 모두 정주행 해보세요.

중간중간 말이 좀 안 되는 듯한 장면이 나오긴 하지만 크게 거슬리진 않았습니다. 주단태가 너무 불사조인 것도 속이 터져버릴 거 같았지만 마지막 회까지 정주행하고 나니 결국은 드라마의 스토리를 위해 필요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입시지옥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대한민국 10대 여러분.

뻔한 소리지만 10대가 지나고 20대가 지나고 그 이후 더 많은 시간이 지나면 대학 입시가 인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부디 지금의 수험 기간이 너무 힘들지 않길 바랍니다.

대한민국의 입시 지옥을 견뎌내고 계시는 수험생과 학부모 여러분들을 생각하며, 그리고 10대 대입 시절의 저를 떠올리며 펜트하우스를 감동 깊게 보았습니다. 

 

천륜은 함부로 끊을 수 없다고 합니다.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모먼트 중 하나가 천륜이 아닐까 합니다.

친딸 제니를 위해 쓰레기 같은 주단태에게 무릎을 꿇는 유 대표를 비난할 수 없었습니다.

시력을 잃었음에도 은별이와 로나를 위해 끝까지 천서진을 말리다가 죽어버린 하박사의 부성애도 인상 깊었습니다.

출연 배우 그 누구도 조연이 아닌, 진정한 명품 드라마였습니다. 정말 너무 재밌습니다. 드라마를 아직 안 보신 분들이 있다면 꼭 보시기 바랍니다.

막장의 끝을 달리는 드라마지만, 부모의 사랑에 대해서도 다른 각도에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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